Episode transcript
한국인이 쓰는 진짜 표현, Korean Slang School 현주입니다.
Welcome back to Korean Slang School! In this episode, we explore Korean culture entirely in Korean. This episode is recommended for intermediate and advanced learners. For beginner-friendly episodes in English, check out our other show, Korean Slang School Starter Pack. Free scripts and study materials are also available on my website, krslang.school.
여러분, 한국어를 쓰는 곳이 남한만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북한에서도 우리와 같은 언어를 써요.
남한의 정식 이름은 대한민국이에요. 북한의 정식 이름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고요. 한반도의 남쪽과 북쪽에 있어서 보통 남한, 북한이라고 불러요.
원래 남한과 북한은 한 나라였어요. 하지만 1945년 이후 남쪽과 북쪽으로 나뉘었어요. 그 뒤 남과 북에 서로 다른 정부(government)가 생겼고, 한국전쟁도 일어났어요. 전쟁이 멈춘 뒤에도 사람들은 남과 북으로 나뉘어 살게 됐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지만, 사실 언어는 기본적으로 같아요. 남한에서는 ‘한국어’, 북한에서는 ‘조선말’이라고 불러요.
여기서 질문 하나 할게요.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하면 서로의 말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대화는 할 수 있어요. 문법도 비슷하고, 같이 쓰는 단어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모르는 단어가 나오거나 발음이 달라서 조금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남한에서는 ‘여자’라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녀자’라고 해요. ‘노인’은 ‘로인’이라고 하고요. 또 자주 쓰는 표현도 달라요. 남한에서 “괜찮습니다”라고 말할 때, 북한에서는 “일없습니다”라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제가 도와드릴까요?”
“일없습니다.”
남한 사람이 들으면, ‘일이 없다고? 할 일이 없다는 뜻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괜찮습니다. 도와주지 않으셔도 돼요”라는 뜻일 수 있죠.
말할 때 소리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방식도 다른데요. 이것을 ‘억양’이라고 해요. 물론 북한 사람이라고 모두 같은 억양으로 말하는 건 아니에요. 남한에도 사투리(dialect)가 있듯이, 북한에서도 지역에 따라 말투가 달라요.
오늘은 이렇게 남한말과 북한말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볼 건데요. 그중에서 ‘외래어’를 함께 알아볼 거예요.
먼저 이 문장을 들어 보세요.
“저는 오늘 카페에 가서 노트북으로 일했어요. 그리고 도넛도 먹었어요.”
자, 여기 “카페, 노트북, 도넛”이라는 짧은 문장에 외국에서 들어온 말이 세 개나 있어요.

이렇게 다른 언어에서 들어와 우리말처럼 쓰는 단어를 ‘외래어’라고 해요.
우리 지난 에피소드에서 이야기한 ‘콩글리시’가 생각나시나요? 콩글리시처럼 외국에서 들어와서 우리말로 쓰고 있는 단어를 외래어라고 해요.
‘도넛’은 영어에서 들어온 말이고, 뜻도 비슷해요. 하지만 한국어에서 ‘노트북’이라고 하면 작은 컴퓨터를 생각하죠? 영어로는 보통 ‘laptop’이라고 해요. 영어의 ‘notebook’은 종이 공책을 뜻할 수도 있고요.
이렇게 영어 표현을 한국에서 조금 다르게 쓰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외래어가 모두 영어에서 온 것도 아니에요. ‘카페’는 프랑스어에서 온 말이거든요.
남한에서는 이런 외래어를 자주 써요. 그러면 북한에서는 어떨까요?
북한에서는 외래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꿔서 쓰는데요. 외래어를 한국어로 바꿔서 쓰는 일이 활발해진 것은 1960년대였어요. 그때 북한의 리더, 지도자는 김일성이었는데요. 김일성은 외국에서 들어온 말보다 우리말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북한 정부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쓰게 하려고 했고요. 또 다른 나라의 말을 따라 쓰는 것보다, 북한이 정한 말을 쓰게 하려는 생각도 있었죠.
그래서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고, 그 말을 학교에서 가르쳤어요. 신문과 방송에서도 사용했고요. 사람들이 자주 보고 들으면 새로운 말에 익숙해질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주스’를 ‘과일단물’로 바꾸는 거예요. ‘주스’라는 단어를 몰라도 ‘과일로 만든 달콤한 물’이라고 하면 어떤 음료인지 생각해 볼 수 있죠.
그럼 반대로 남한에서는 왜 영어에서 온 말을 많이 쓰게 됐을까요?
남한은 미국과 가까운 관계였어요. 한국전쟁 때 많은 미국 군인들이 남한에 왔고, 전쟁 뒤에도 미국의 도움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미국의 물건과 문화를 만나게 될 기회가 많아졌죠.
시간이 지나면서 남한에 외국 영화와 음악도 더 많이 들어왔고요.
우리가 새로운 물건을 보면 그 물건의 이름도 배우잖아요. 남한에서도 물건과 함께 그 물건의 이름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어요.
나중에 컴퓨터와 인터넷을 많이 쓰게 되면서 영어 단어도 더 자주 쓰게 됐고요. ‘컴퓨터’, ‘인터넷’, ‘마우스’ 같은 말들이요. 이런 단어를 매일 듣고 쓰다 보니 아주 자연스러운 말이 된 거죠.
근데 남한에서는 외래어를 쉬운 말로 바꾸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사실 남한에서도 그런 노력을 했어요. 북한에서도 모든 외래어를 없앤 것은 아니고요.
다만 남과 북이 가까이 지낸 나라가 달랐고, 정부가 사람들에게 쓰도록 한 말도 달랐어요.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자주 쓰는 단어에도 차이가 생긴 거예요.
예를 들어 이런 단어가 있어요. 제가 북한에서 쓰는 단어를 말할 건데요. 듣고 한 번 무슨 뜻인지 맞춰 보세요. 첫 번째는 ‘가락지빵’이에요.
가락지빵, 이건 뭘까요?
‘가락지’는 손가락에 끼는 반지예요. 반지처럼 동그랗고 가운데에 구멍이 있는 빵. 무엇일까요?
맞아요. 도넛이에요!
도넛과 가락지빵. 남한에서는 도넛, 북한에서는 가락지빵이라고 불러요. 신기하죠?

두 번째는 ‘과일단물’이에요.
이건 뭘까요? 과일은 딸기, 오렌지, 바나나… 이런 과일이고, “단”, 이거는 “달다”라는 뜻이고, “물”은 우리가 마시는 그 물이에요.
네, 바로 과일로 만든 달콤한 음료. 주스입니다.
카페에서 “주스 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북한에서는 “과일단물 주세요” 이렇게 말한다는 거죠.
한 개만 더 할게요. ‘손기척’은 무슨 뜻일까요?
힌트를 드릴게요. 문 앞에서, 똑똑똑!
네, 노크예요.
‘기척’은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소리나 움직임이에요. 손으로 문을 두드려서 “저 여기 있어요” 하고 알려 주는 거죠.

도넛은 가락지빵, 주스는 과일단물, 노크는 손기척.
똑같이 한국어로 말하지만 이렇게 다른 단어를 쓰는 것이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자, 그런데 북한에는 외래어가 하나도 없을까요?
사실 북한에서도 외래어를 써요.
남한의 ‘버스’는 북한에서 ‘뻐스’, ‘아파트’는 ‘아빠트’, ‘텔레비전’은 ‘텔레비죤’이라고 해요.
조금 다르게 들리지만, 외국에서 들어온 말을 쓰고 있다는 점은 같죠.
북한에는 러시아어에서 들어온 말도 있어요. 예전에 북한은 소련(Soviet Union)과 가까웠어요. 소련에는 지금의 러시아도 속해 있었고요. 북한은 소련과 물건과 기술을 주고받으면서 러시아어 단어도 받아들였어요.
농장에서 사용하는 큰 기계인 ‘트랙터’를 예로 들어 볼까요?
남한에서는 ‘트랙터’, 북한에서는 ‘뜨락또르’라고 해요. 남한의 표현은 영어식이고, 북한의 표현은 러시아어를 통해 들어왔어요.
같은 기계인데 어떤 언어에서 받아들였는지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 거예요.
다른 예도 있어요.
남한에서는 ‘마이너스’, 북한에서는 ‘미누스’.
남한에서는 ‘캠페인’, 북한에서는 ‘깜빠니야’.
‘깜빠니야’는 사람들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함께 하는 활동을 뜻해요. 남한의 ‘캠페인’에 해당하죠. 캠페인은 영어에서, 깜빠니야는 러시아어에서 들어왔어요.
지금까지는 우리가 북한말과 남한말이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했는데요. 이런 차이가 실제 생활에서는 어려움이 될 수도 있어요.
북한에서 살다가 남한으로 온 사람들을 ‘북한이탈주민’, 또는 ‘탈북민’이라고 불러요. 같은 언어를 쓰니까 대화하기 쉬울 것 같지만, 모르는 외래어가 많아서 힘들 때도 있대요.
2014년에 이런 조사 결과가 뉴스에 나왔어요. 통일부가 연구기관에 부탁해서 탈북민 322명을 조사했어요.
남한 생활에서 무엇이 어려운지 물었는데, 외래어 때문에 대화하기 어렵다는 대답이 41.4퍼센트로 가장 많았다고 해요. 이 질문에 답한 사람 중 약 열 명 중 네 명이 이런 어려움을 말한 거죠.
오래전 조사라서 지금도 똑같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단어를 모르는 일이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 수 있죠.
이런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과일단물’이라는 말이 익숙한 사람이 남한의 카페에 갔어요. 그리고 이렇게 주문해요.
“과일단물 하나 주세요.”
직원은 이해하지 못해서 다시 물을 수도 있겠죠.
“네? 어떤 음료 말씀하세요?”

이번에는 직원이 질문해요.
“사이즈는요? 테이크아웃 하세요?”
이 단어들을 모르면 주스 한 잔을 주문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예요.
같은 언어를 쓰는데도 서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이 저는 조금 슬퍼요. 오랫동안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시간이 말에도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서로 어떻게 다른지 알려고 하면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자, 오늘은 남한말과 북한말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봤어요.
여러분은 오늘 어떤 단어가 가장 재미있었나요? 도넛과 가락지빵, 노크와 손기척, 주스와 과일단물. 저는 가락지빵, 이 단어가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도넛을 반지처럼 손에 끼우는 것도 상상하게 되고요. 여러분이 재미있었던 단어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의 말을 하나씩 알아 가면 남한과 북한 사이의 거리도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겠죠? 앞으로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럼 지금까지 한국인이 쓰는 진짜 표현, Korean Slang School 현주였습니다. 안녕!